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일반대학원 기악(피아노)전공 박사과정을 지난 8월에 졸업하였으며 현재 김포에서 포레스트 뮤직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독주, 앙상블 및 다양한 연주 활동과 더불어 학생들을 지도하며 기획 등 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해진입니다.

Q. 피아노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어릴 적 수영과 발레를 2년 정도 했고, 한국무용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년 정도 했죠.
예체능에 많이 치우쳐 있었던 것 같아요. 피아노는 그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학원을 다니게 되잖아요?(웃음) 그래서 저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서 학원에 보내주셨어요.
이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사실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결국 피아노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당시 어머니께서 피아노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가지고 연주 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씀하시면서 설득하셨어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전공을 조금 늦게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예술학교를 나오지 않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대학을 거쳐 지금의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가게 된 것이 오히려 열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아요.
불이 활활 탔다가 금방 꺼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은은하게 계속 타는 "앙화"처럼요. (웃음)

Q. 본업에 대해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로, 저의 본업은 피아니스트입니다. 예술가로서 다양한 관객들과 음악을 통해 교감하며, 저의 연주를 통해 마음의 위로와 기쁨을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단순히 소리를 넘어 감정을 나누는 예술이기에, 연주자로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두 번째는 공연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기획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학부 졸업 후 앙상블을 만들어 무대를 올리면서부터였는데요. 본격적으로 기획을 깊이 있게 다룬 것은 대학원 시절 지도 교수님의 권유로 시작되었어요. 2021년, 김포에 거주하며 김포 지역 예술인으로 활동하던 중, 문화재단 지원사업에 도전해 보라는 교수님의 추천을 받고 서류를 준비했고, 마감 하루 전에 밤을 새워 작성한 서류가 통과되어, 면접까지 합격하며 첫 지원 사업의 경험이였지만 4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연주 외에는 기획은 경험이 없었어서 지원사업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특히 행정 업무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는데, 정산 과정에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을 해결하려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옆에서 배우기도 했어요.(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 수립, 진행, 연주, 정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해내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덕분에 이제는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때 도움을 주신 교수님과 재단 담당자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피아노 스튜디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연습실 대여와 학생 레슨뿐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아마추어분들도 연습하러 오십니다. 처음에는 전공자 분들만 이용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시고 계셔서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Q. 피아노와 관련된 일을 다양하게 하고 계신데, 앞으로 계획중인 일이 또 있으신지 궁금해요.

올해는 총 20번의 연주회 무대에 섰어요. 매년 이렇게 바쁘게 활동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아마 비슷하게 지내게 될 것 같아요. 2025년 1월 21일 영산아트홀 실내악 시리즈와 7월 3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의 독주회를 포함하여 다양한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감사하고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저처럼 어렵게 음악을 시작하고 한 걸음씩 성장해가는 학생들을 돕는 역할에도 큰 의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를 기획하며 얻는 뿌듯함도 큰 것 같아요.

한 때는 무대에 혼자 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만, 20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나만 잘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함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 함께 성장하는 행복이 저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Q. 피아노 슬럼프가 온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사실 슬럼프가 자주 오는 편이예요. 어떤 선생님께서는 매번 저에게 볼때마다 슬럼프가 왔냐고 하셨죠.(웃음) 아마도 피아노와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가장 큰 슬럼프는 논문을 쓸 때 찾아왔던 것 같아요. 가장 최근이고요. 당시엔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실기와는 또 다른 과정이기에 "내 머리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건 내 능력치의 한계를 넘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가득했죠. 악기의 변천사나 음악의 기원 같은 학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논문을 지도해 주셨던 작곡과 교수님께도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정말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분인데, 과연 제가 이런 분께 배울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의심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상태로 결국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가 한 달 동안은 완전히 백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피아노 연습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모두 멈추고, 오로지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걸어 다니는 것만 반복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주변에 좋은 분들이 계셨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가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그중 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

"열심히 달려온 사람만이 그런 과정을 겪는다. 열심히 산 사람만 힘듦을 느낄 수 있다. 이건 당연한 거고, 앞으로 더 성장할 거다.“

이 말을 듣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는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괜찮아. 버틸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해요.(웃음)

Q. 해진님이 생각하는 피아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피아노는 다른 악기에 비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가 가능해요.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열면 현이 보이죠? 현대 음악을 하는 분들은 이 부분을 잘 아실 텐데요. 피아노 뚜껑을 떼고, 특별한 장치를 설치해서 현을 뜯거나, 긋거나, 때리기도 해요.
이런 방식으로 피아노는 단순히 건반을 눌러서 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소리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저는 이 악기를 만든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Q. 연주자로서 관람객들이 이런 부분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사실 관객분들은 그저 오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죠.(웃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김포에서 지원사업을 받아 공연을 했을 때인데요. 사진을 요청했던 초등학생 관객분이 저에게 "연주를 보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 정말 감동을 받았어요. 관객분들의 공연 후기나 한 마디 말씀이 저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한국의 입시나 콩쿠르, 평가회에서 쇼팽 에튀드 한 곡을 1분 30초 정도의 시간 안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연주하는데, 같은 곡이라도 정말 다 다르게 들려요. 요즘 AI가 아무리 발달했지만, 저는 예술은 사람의 감정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AI가 그 감정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는 그 순간이 진정한 예술의 힘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예술을 배경보다는 예술 그 자체로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Q. 나에게 예술이란?

삶과 공기 , 너무 당연하고 필요한 것. 더불어 돈으로 살수 없는 순수예술 그 자체. 다른 세상. 마치 천국 같은. 예를 들어, 우리가 지나가면서 듣는 바람 소리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소리잖아요.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면, 자동차 소리도 각기 다른 엔진 소리로 인해 하나의 앙상블처럼 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 Viewer  |  🐿️ 재이

해진님과 제가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인터뷰보다는 대화하는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는 중에 해진님의 성실함과 피아노를 향한 깊은 애정이 너무 느껴져서 저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저 스스로도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이번 인터뷰가 뷰이님들께도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인터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Viewee  |  🎶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