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희린이라고 하고요. 문예창작을 전공했어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그림을 못 그려도 미술은 할 수 있어”라고 해주신 말이 생각나서 디지털 콜라주를 하다가 그림과 문학 둘 다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종합적으로 예술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나 가치가 무엇인가요?

Q. 기억에 대한 신뢰가 적다는 말이 인상깊어요. 혹시 기억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 경험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좋았던 경험들도 있지만 사실 안 좋았던 경험들이 더 많긴 한 것 같아요.

이전에 좋지 않은 애인을 만났을 때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적이 있어요. 친구들이 문자를 보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오롯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사실 기록이라는 것도 온전하게 남기기 힘들잖아요. 내 기억을 옮기는 것이다 보니까 변형이 되기도 하고요. 기억이 정말 중요하긴 하지만 온전히 신뢰를 할 순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림 작업을 하실 때 일부러 흐릿한 잔상으로 표현하시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기억을 복원할 때 “이 기억은 완벽해”라고 생각하고 복원한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미화가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사람인 이상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저는 불안하다는 감정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릴 때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질 때가 많아요. 사건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어도 그 사람의 표정이라든지, 사건의 톤이라든지, 그 공간의 냄새라든지, 제 기분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Q. 8월에 책을 출간하셨더라고요. <Instant Poetry>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파트는 에세이예요. 에세이이지만 그림들이 배치가 되어있어요. 제가 기억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한 것처럼 흐릿하게 잔상만 남아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두 번째 파트 거울은 그냥 소설이예요. 그냥 제 개인적인 감정을 거울에 빗대어 쓴 소설입니다.

세 번째 파트는 실제로 열었던 제 개인전에 대한 내용을 썼어요. 그런데 화자는 실제 개인전에 수록이 되지 않았던 그림들도 수록했던 것처럼 썼어요. 또 그림들을 해설해주는 윤도일이라는 미술 평론가가 있는데 그 인물은 사실 저예요.

이런 것들을 조직화해서, 나의 이야기인데 절대 나의 이야기가 아니야. 혹은 환상인데 이건 나의 이야기야. 이렇게 둘 다 기능할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Q. 페이크에세이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을까요?

약혼자가 사진을 너무 잘 찍어요. 그런데 시애틀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여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 여기 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거예요

이 사진들을 배치해서 나 여기 산 척 거짓말해서 쓰면 그건 에세이일까? 소설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제 작업물만 이용해서 먼저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Instant Poetry>가 완성되었어요.

Q. 희린님의 인생목표는 무엇인가요?

인생을 살면서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이 놓고 온 부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절대 후회하지 않거든요.

제 첫 번째 목표는 약혼자와 결혼에 성공해서 안정적이게 사는 거예요. 그게 제 첫 번째 목표이고, 두 번째는 유명해지든 안 유명해지든 그냥 계속 예술을 하고 싶어요. 그게 취미의 영역으로 남는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돈 못 버는 예술가여도 좋으니까. 그래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싶었고요. 늙더라도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Q. 나에게 예술이란?

집이라고 생각해요.

나 혼자 사는 집이어도 돌아가기 싫은 날이 있을 수도 있고. 또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마찰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또 나와 있으면 보고 싶기는 하고, 그런 것 같아요. 너무 간절하게 필요할 때도 있고 거기에서 계속 쉬고 싶을 때도 있는데, 또 어떤 때는 나와서 휴양지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싶기도 하고.

🎧 Viewer  |  🐿️ 재이

희린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딱 들었던 생각은 '정말 예술을 사랑하시는구나.'였어요.

본문을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예술이라면 분야를 막론하시고 작업을 하고 계시거든요.

그리고 작업에 대해 여쭤보았을 때 작업에 대한 설명이 술술 나오는 부분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본문을 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릴게요. :)

🎤 Viewee  |  👩🏻‍💻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