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체성은 크리스천이고, 음악을 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문하경입니다. 독립서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웃음)

Q. 어떤 과를 졸업하셨는지, 그 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성신여대에서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어요.

작곡 전공이다 보니 매 학기 실기곡으로 클래식 곡을 써야 하는데, 보통 한 학기에 두 곡 정도를 냅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나눠서 평가를 받죠.

작곡과에서는 음악사, 음악이론, 화성학, 음악미학, 그리고 악기론 등을 배우는데요.

음악의 전체적인 면을 가장 깊이 배우는 과인것 같아요. 모든 악기에 대해 알아야 곡을 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창작연주’ 수업이라고, 한 학기에 한 번씩 제가 쓴 곡을 발표해야 하는 수업도 있었죠.

그리고 저는 학내 연주에도 전부 참여했었습니다. 학내 연주는 한 학기에 한 번 출품을 해서 선정되거나 교수님들께 추천을 받은 사람이 하게 되는데, 감사하게도 모든 학내 연주에 다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Q. 작곡과 내에서 다양한 음악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경님께서 특별히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나 방향성이 있다면 설명해 주세요.

조성음악과 무조성음악이라고 있어요. 무조성음악은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무슨 노래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해한 음악들도 있어요. 새로운 걸 창작하는 분야에서 이런 시도들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성음악을 써요. 그렇다고 모차르트 시대의 음악을 쓰는 건 아니에요. 그저 듣기 좋고, 찾고 싶은 음악을 쓰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다행히 저희 교수님도 그런 방향성을 응원해 주셨고요.

학부 시절 작곡한 '이상한 성 모음곡'을 텀블벅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콘셉트로 악보집을 냈어요. 4년 동안 매년 한 곡씩 쓴 음악에 저의 곡 설명과 그에 맞게 탄생한 친구의 동화, 그리고 그림까지 더해진 책이에요. QR코드로 연주도 들을 수 있게 했죠. 당시엔 꽤 신선한 시도였어요.

클래식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림 작가님도 처음에는 "이런 게 클래식이냐"고 놀라셨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더라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적 융합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Q. 독립서점 '청안시'를 운영하고 계신데, 서점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독립서점 ‘청안시’는 “제 인생은 ‘음악’ 아님 ‘책’이라고요.”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어요.

‘청안시’는 ‘백안시’의 반대말인데, ‘남을 따뜻하게 본다’는 뜻이에요. 제가 가지고 싶은 시선이었죠.

이곳은 책방인 동시에 제 작업실이고, 학생들을 레슨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혼자 있을 때는 연습하거나 곡을 쓰고요. 저에게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에요. 가끔 누워서 잠도 잡니다. (웃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청안시'를 열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년 겨울, 대학원을 졸업하고 1년 정도 유학 준비를 했어요. 학부 때는 음악대학 전체 1등, 대학원은 만점으로 졸업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길이 맞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답을 찾으려 했지만, 문득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언제쯤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석사 과정 중에 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너 자신이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던 것이 떠올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죠. 그러다 막연히 꿈꿔왔던 서점을 열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복합적인 공간을 원했어요. 피아노를 놓고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대여하고, 어떤 저의 이상적인 공간이 있었는데 당장 여건이 안 되니 작은 전자피아노라도 놓고 시작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작게 시작해서 잘되면 키우고, 아니면 접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웃음)

Q. 작곡가로서 음악 작업과 서점 운영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을까요?

네, 있어요. 창작에 있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제가 특히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잖아요. 저는 단순히 “여름이었다” 같은 한 문장만으로도 그에 대한 풍경과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요.

제 곡 중에 <홀씨를 따라서>라는 곡도 그런 순간에서 시작됐어요. 학부 졸업 연주를 준비하면서 처음엔 너무 멋있게 쓰려고 애쓰다 보니 오히려 힘들고 막막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 가려고 집에서 나와 유리 현관을 열었을 때, 민들레 홀씨가 퍼지는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어요.

그 잔상이 제게 강렬하게 남아서 그 장면만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홀씨가 흘러가며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곡 작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홀씨를 따라서>라는 곡입니다.

Q. 예술가이자 창작자로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점을 열면서 따뜻하고 사랑이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곡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 욕구나 욕망보다는 따뜻함을 더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음악으로 감정을 풀어버리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이 되더라고요.

예술은 정말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예술하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텐데, 예술로 감정을 풀어버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좋은 점도 너무나 많잖아요. 저는 이 재능을 이제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모두를 위해 사용하고 싶어요.

Q. 나에게 예술이란?

저에게 예술은 삶이자 문화예요.

‘예술’이란 단어가 특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고 있잖아요.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부르지만, 예술 자체가 삶을 얘기한다고 생각해요. “어린 아이가 가장 위대한 예술가다”라는 말처럼요.

예술을 한다고 해서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 깨어있고 더 분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더 좋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극단적이거나 불편한 내용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때문에 저는 서점에 책을 들일 때도 작가에 대해 찾아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봐요. 작품을 작업할 때도 고민하고 신경 쓰는 이유는 결국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니까요.

🎧 Viewer  |  🐿️ 재이

하경님이 운영하시는 '청안시'라는 독립서점은 이름처럼 정말 따뜻하고 아늑한, 애정이 가득 담긴 공간이었습니다. 인터뷰 중에 느껴지는 하경님의 따뜻한 마음이 공간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또한, '청안시'는 2월에 새롭게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주셨는데요.
‘청안시’와 하경님의 진심 어린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청안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주세요! :)

🎤 Viewee  |  🎼하경